재즈전문음반매장 " 애프터 아워즈"
박병대비뇨기과2009-01-07

황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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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덕호의 재즈이야기] '07 나의 재즈음반
왜 하필이면 여섯 장을 고르라는지 모르겠지만 그 6이라는 숫자는 부담스럽다. 한 열 장정도 고르라면 아쉬움이 덜 남지 않을까? 아니다. 그게 스무 장이 되고 서른 장이 된들 아쉽고 때론 부담스러울 것은 마찬가지다. 아무튼 여섯 장을 고르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탈락해야 했던 몇 장의 음반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올해에 나온 두 장의 음반 커트 엘링의 (콩코드)와 안토니오 산체스의 (캠재즈)는 여섯 장의 최고음반과 끝까지 자웅을 겨루며 날 괴롭히다가 결국엔 탈락과 함께 도리어 날 쓰라리게 했던 음반들이다. 엘링의 경우 그가 앞서 발표했던 너무도 뛰어난 음반이 많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끝내 고배를 마셨고, 좀 더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노장 밥 도로우에 대한 나의 ‘편애’- 그렇다. 이건 완전히 편애다! -만 없었더라도 응당 그 자리를 차지했을 작품이다. 산체스의 데뷔음반 역시 너무도 훌륭했다. 단지 그 역시 사이드맨으로 참여해 비슷한 편성으로 연주한 도니 맥캐슬린 음반에 간발의 차이로 뒤져 이 야속한 6選에서 제외되었다(하지만 다른 평론가 분들 중 누군가가 이 음반을 뽑지 않았을까? 아닌가?). 스테파노 볼라니, 예스페르 보딜센, 모르텐 룬트 트리오의 ’04년 음반 [Mi Ritorini in Mente](스턴트)와 오넷 콜맨의 ‘06년 음반 [Sound Grammar](사운드 그래머)은 놀라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게으른 필자가 올해 와서야 들었다는 이유로 역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응당 작년과 3년 전 이 자리에서 뽑혔어야 할 음반들이다. 놓치지 마시길.

키스 자렛 트리오 [My Foolish Heart: Live at Montreux](ECM)
아무리 들어도 결국 이 음반을 여섯 장에서 뺄 순 없었다. 이들 트리오가 결성된 지 25년이 흘렀건만 연주는 여전히 싱그러움으로 가득 차 있고 이제 정점에 오른 숙성된 향기는 화사하게 만발한다. 이건 분명히 세월의 결실이다. 과거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 모던재즈 쿼텟 그리고 데이브 브루벡 쿼텟 등 아주 확고한 팀워크를 이워냈던 몇 몇 그룹들만이 들려줄 수 있었던 정교한 사운드가 오늘날의 재즈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렛 트리오는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들이 해산한다면 재즈에서 그 경지는 사라지게 된다. 키스 자렛 트리오의 실황녹음은 앞으로도 무수히 발매되겠지만 그걸 일일이 쫓아가고 싶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크리스 포터 [Follow the Red Line: Live at the Village Vanguard]
전작 (엠알씨)와 마찬가지로 이 음반은 테너 색소폰에 건반(크레이그 테번)+기타(아담 로저스)+드럼(네이트 스미스) 트리오가 더해진 4중주 편성이다. 한마디로 이 편성은 색소폰+오르간 트리오 편성이 들려주던 소울재즈의 21세기 버전으로 펑크(funk)는 재즈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는가에 관한 완벽한 보고서다. 재즈의 황금시대로부터 유일하게 살아남은 유서 깊은 재즈클럽에서 들려 준 이들 쿼텟의 연주는 과거 지미 스미스, 찰스 얼랜드 혹은 그랜트 그린이 라이브 연주에서 도달했던 절정의 악흥이 아주 새로운 모습으로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다. 올해 가장 실망스러웠던 음반 인 존 스코필드의 [This Meets That](엠알씨)를 듣고 귀를 버렸다면 이 음반을 들어보라. 말끔히 보상해준다. 지금의 소울 재즈는 이런 거다.

도니 맥캐슬린 [In Pursuit](Sunny Side)
드디어 그의 진가가 나왔다. 이전의 그의 음반을 들으면 색소포니스트로서의 그의 역량이 작품 속에서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곤 했는데 그것은 작품에 주어진 과도한 무게가 플레이어로서의 그의 매력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음반은 그 지점을 돌파했다. 그리고 그 해결의 단초가 7년 전에 발표했던 음반 (아라베스크)에 있었다. 벤 몬더(기타)와 스콧 콜리(베이스)가 남겨 놓은 여백 사이로 맥캐슬린은 비로소 물살을 가르며 자유롭게 노닌다. 더욱이 그의 색소폰이 디스토션을 잔뜩 건 몬더의 기타와 유니즌으로 연주 될 때, 또는 그의 플루트가 역시 몬더의 투명한 아르페지오 반주를 타고 흐를 때, 조금 흥분해서 말하자면, 우리는 진정으로 새로운 재즈 사운드를 슬쩍 엿보게 된다.

찰스 톨리버 빅밴드 [With Love] (Blue Note)
딱 1년 전에도 이야기했다 시피 고(故) 앤드류 힐의 유작 (블루노트)를 들었을 때 난 힐의 복귀 이상으로 사이드맨으로 등장했던 찰스 톨리버의 건재가 너무도 반가웠다. 그가 살아 있다니. 그런데 얼마 후 그의 리더 음반이 발표될 줄이야. 그것도 빅밴드 편성으로! 이 음반의 첫 곡 ‘Rejoicing'이 터질 듯한 투티로 포문을 열었을 때 곧이어 흥분에 겨워 울먹이는 듯 톨리버의 트럼펫 솔로가 문을 박차고 뛰쳐나올 때 그건 제목 그대로 환희의 절정이다. 지난 30년간 단 두장의 음반만을 발표했던 톨리버의 화려한 이 개선은 분명히 종전 후 다시 베를린 필 앞에 섰던 푸르트뱅글러가 남긴 감동에 비할 만하다.

밥 도로우 [Small Day Tomorrow] (Candid)
무라카미 하루키가 빌리 홀리데이를 들으며 나이 먹는다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느꼈다면 여든세 살의 밥- 그렇다, 그냥 밥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 이 음반에서 들려주는 노래는 저렇게 라면 심지어 어서 늙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런데 그건 하루키가 40줄에 들어선 홀리데이의 노래를 들으며 느꼈던 것 혹은 현재 아흔의 나이를 목전에 둔 행크 존스와 데이브 브루벡이 도달한 심오함과는 다른 것이다. 그는 여전히 거장인 척 하지 않은 채 소탈하게, 하지만 젊은 시절의 유머와 냉소를 그대로 간직한 채 노래한다. 그렇다고 그가 나이 먹는 것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노쇠한 목소리는 세월을 그대로 드러낸다. 하지만 50년 동안 친구로 지내온 작사가 프랜 랜드스먼과 함께 쓴 자신의 노래들을 제이미 칼럼과 함께 활동 중인 베이시스트 제프 개스코인과 함께 ‘삐딱하게’ 연주할 때 나이와 세월은 그 불변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한다. - 아직도 골목을 배회하는 비트세대의 아름다운 흔적.

찰스 밍거스 섹스텟 [Cornell 1964] (Blue Note)
진지한 재즈팬이라면 ’64년 밍거스 밴드의 실황음반들을 놓칠 리 없다. (OJC)에서 시작하여 (엠알씨)를 거쳐 (엔자)에 이르는 일련의 실황음반들은 같은 시기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 존 콜트레인 쿼텟의 라이브 음반들처럼 모던재즈의 폭과 깊이를 혁신한 음반들이니까. 그런데 올해 미망인 수 밍거스의 발굴로 모습을 드러낸 코넬 대학에서의 실황연주는 당시 밍거스 밴드의 진면목을 복원하는데 있어 부족했던 마지막 2%를 채웠다. 그러니까, 곡당 20분가량 연주했던 당시의 프로그램을 CD 두 장에 빼곡히 채웠을 뿐만 아니라 트럼펫 주자 자니 콜즈가 위궤양으로 도중하차하기 전 6중주의 모습을 담고 있어 ’64년 밍거스 밴드의 원래 모습을 비로소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음질에 약간의 불만은 있지만 역시 당시 밍거스의 음악은 이렇게 3관 편성의 6중주로 들어야 진국이 우러난다.

- 국내음반
* 허대욱 [Le Moment Disperse](Huks Music)
데뷔음반 (헉스 뮤직)에서 이미 알 수 있었듯이 허대욱은 참신하며 무엇보다도 열정적인 피아니스트다. 재즈에 관한 그의 독특한 시각은 재즈란 모름지기 미국적인 전통을 학습해야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넘어 결국 보다 솔직한 자신의 세계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그것은 분명히 임인건의 이후의 또 다른 새로운 성취다. 동시에 이 피아니스의 엄정한 자기비판은 기교에 있어 자신을 끝까지 채찍질 하고 있음을 여기 담긴 ‘우울한 열정’은 잘 말해주고 있다. 큰 이변이 없다면 다음에도 허대욱은 진일보 할 게 분명하다.

-황덕호-